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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 만한 오미자를 마사리 밭에 심었다가 도요로 옮겨온지 2년.

제법 실하게 자랐다 싶어 올해는 제대로 터를 잡았다.

그랬더니 고맙게도 오미자 꽃이 피었다.

내 생애 처음 보는 오미자꽃.

올해는 몇 개의 오미자 구경을 내 집 마당에서 하게 됐다.

 

 그리고 이 아이는 산수유다.

작년에 심었을 때는 꽃만 보았는데

올해는 이렇게 열매를 맺었다.

산수유가 있는 마당이라니, 이 작은 열매 몇 개가 주는 기쁨이라니...

 

 작년에 제법 한 사발 따먹은 블루베리.

올해는 두 사발은 따먹을 수 있겠다. 블루베리 꽃이 얼마나 예쁜지, 땅바닥에 툭툭 떨어져 있는 모양도 예쁘다.

듬성듬성 보이는 곰보배추. 저것은 오늘 윗대궁을 잘라 말려두었다. 기침에 특효인 곰보배추는 백숙할 때 넣어도 엄청 맛을 낸다.

 

 요놈은 크기에 비해 많은 열매를 달아주는 매실이다.

나무 모양 다듬느라고 싹둑싹둑 잘랐건만, 옹기종기 많이도 매달렸다.  이 매실이 익으면 살짝 데쳐서 햇볕에 꼬들꼬들 말렸다가 소주를 붓고 술을 담글 텐데, 이름하여 '금매주'라 한다. 금매주는 그냥 담갔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신맛이 덜하다. 

 

 도요 강변에서 이사온 자운영.

 

 수련 살 때 얻어온 데이지 몇 포기.

 

 꽃이 지고 있는 명자나무. 일공스님 말씀에 의하면 이것은 명자나무가 아닐 확률이 높단다. 비슷하지만 다른 나무. 이름을 찾아봐야겠다. 

 

 골담초. 마사리 밭에서 이사온 아이다. 잘 커서 올해는 꽃을 많이 달았다. 

 

 제대로 자리잡은 목련. 이 목련은 쑥쑥 자라는 종류가 아니다. 천천히 옆으로 아주 예쁘게 자랄 것 같다.   

 

 이제는 감나무 되시겠다. 벌레도 많고 골목으로 가지를 뻗어 이웃의 통행에 방해도 되겠고 하여 지난 가을 엄청 가지를 쳤다. 예쁘게 자라서 꽃송이를 매달았다.

 

 음, 제법 그윽한 고목티를 풍기는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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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다 찾은 마사리 밭.

참새 혓바닥처럼 돋은 찻잎. 한 줌 따서 덖었는데, 향기 은은, 매혹적이다.

 골담초이다. 얼마나 많은 꽃이 달렸는지... 그 중 한 그루 도요 집으로 이사.

 무성한 저것은 오가피나무다. 어찌나 크게 자랐는지 지난 2월 가지를 한바탕 잘라먹고도 새순이 돋았다.

 

오가피순 장아찌라는 괴상하고 귀한 음식을 만들었다. 향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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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와 숙이

 

 
 

 

 

창원에 특강 간 날. 아내가 김해시외터미널까지 태워주었다.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처지라 늘 ‘차 없는 즐거움’을 자랑삼아 떠벌리곤 하지만 이럴 때는 좀 미안하다. 내가 주장하는 차 없는 즐거움이란 대단한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이 나들이할 때 서로 자기 차를 타라고 한다든지, 차 유지를 위한 여러 근심으로부터 자유롭다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접할 수 있는 세상 풍경과 교통비 절약 정도이다. 어찌 보면 억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이제 빛을 잃게 되었다. 도요 마을에서 김해로 나가는 버스가 두 시간 반 간격이고 김해에서 부산으로 가려면 또 두어번 차를 갈아타야 하니 급한 일이 있을 땐 아내의 차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부산을 다녀오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그것도 저녁 아홉 시에 김해에서 출발하는 도요 막차를 타야 하니 부산에서는 여덟 시 전에 김해로 출발해야 한다. 여덟시면 저녁 모임이 한창 진행될 시간이고, 아니면 밥 먹고 근처 호프집으로 이동할 시간이다. 그 유혹을 떨칠 수 없어 몇 번 차를 놓치고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고갯길을 넘어 아내를 삼랑진이나 김해까지 나오게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도 특강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창원 시인들과 두어 차례 뒷풀이를 하는 바람에 김해에서 출발하는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기왕 놓친 김에 더 놀다가라는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아예 늦도록 놀아버렸다. 자정이 다 돼서야 아내가 마중 나오기로 한 지점까지 후배가 차로 바래다주었다. 차가 없어 멸종위기보호종 대우를 받는다고 떠벌리고 다녔지만 시골에 살다보니 그런 너스레도 통하지 않게 되었다. 시골일수록 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또한번 실감했다.

집에 와 보니 아내가 시외주차장에 날 태워주고 가면서 샀다는 오리 두 마리가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짐승들에게 먹힐까 봐 녀석들을 보일러실에 넣어주었다. 술김에 장난삼아 녀석들의 이름을 백이와 숙이로 지어주었다. 둘이 합하면 백숙이다. 언젠가는 오리백숙이 될 신세들이라 가련한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녀석들이 언젠가 죽는다면 나는 땅에 묻어줄 것이다. 내 심장으로는 그들을 도살할 자신이 없다.

마음이 그래선지 이튿날 아침, 숙이가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혼자 남은 백이가 배추밭을 돌아다니면서 친구를 부르고 있었다. 죽은 숙이는 대추나무 아래 묻어주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오리백숙을 먹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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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에 있을 때 사용하던 책상이다.
중앙동 사무실가에 버려져 있는 넓고 튼튼하고 서랍이 많은 것을 용달비 삼만원 주고 가져온 것.
도요로 올 때 다른 많은 것과 함게  버리고 오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아래채에 앉았던 것을
드디어 물리치다.
저 책상에서 쓴 시집으로는 <호루라기>,<그림자 호수>, 그리고 <찔러본다>.
그러고 보니 공이 많은 책상이라 다른 데 못 버리겠다.
황토방 아궁이에 땔감으로 쓰기로 했는데. 마누라도 차마 한 번에 못 태우겠는지 아주 조금씩
아껴가며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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