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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버스 타고 윤치과 가서 오른쪽 아랫니를 씌웠다. 몇 달 동안의 치료가 끝났다. 위쪽이 더 나쁘지만 잇몸이 부실해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다고 했다. 지난 주 10만원을 놓고 왔는데 아무래도 부족한 거 같아 10만원을 더 냈는데 윤원장이 극구 다시 돌려주었다.

마침 김해 경전철이 개통한 날이라 가야대역까지 타고 갔다. 도요 책읽기와 공연 때 서틀을 운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주차할 마땅한 장소와 시간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주차할 곳은 삼계초등 앞에 빈 공간이 있었다. 하릴없이 부산서 무작정 전철을 타고온 노인 여럿이 삼삼오오 고가다리 아래 그늘에 앉아 있었다. 목욕을 나온 세 여자-아내, 딸, 다봄과 만나 근처 식당에서 보리밥을 먹었다. 늦게 여복이 터졌다.

혼자 경전철을 타고 사상까지 갔다. 탁 트인 들판이 시원했다. 가교 정사장이 전화로 김회장께서 부산 온다고 해 영광도서로 갔는데 알고 보니 문재인 선생이 쓴 회고록 ‘운명‘ 사인회였다. 정 사장은 김 회장님이 발행인이던 열음사 시절 동료다. ’운명‘이 20만부 팔렸다고 했다. 나도 한 권 샀다. 김회장님의 주선으로 책을 냈을 것이다. 잘 된 일이다. 노 전대통령은 애석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남은 사람들에게 복을 남기고 갔다. 서른 명 정도 모인 독자들 표정이 하나같이 비감하다. 지친 기색의 활동가들. 좋은 세상에 대한 열망은 잠깐 터지고 사라진 폭죽 같은 것이었을까. 그런 신명이 또 오기나 할까. 혜성 김사장도 늦게 왔다. 김 회장님은 기장 뒤풀이 자리에서 합류한다고 했다. 거기 따라간다면 돌아올 길이 막막해진다. 사인회가 시작되는 걸 보고 혼자 나와 전철을 타고 김해로 왔다. 마침 마사로 가는 60번이 금강병원 정류소로 들어오길래 무작정 탔다. 생림파출소 앞에서 내려 아내와 몇 번 갔던 돼지국밥집에 들어갔다.

꺼진 휴대폰을 식당 충전기에 꽂았는데 충전이 안 되는 것 같다. 밖에서 전화가 먹통이니 불안하다. 집에는 어떻게 가나. 이삼십분 사이에 61번 버스가 여기를 지날 텐데 자칫하면 차를 놓칠지도 모른다. 에라 우선 먹고 보자, 안되면 아내를 부르지 뭐. 국밥과 소주를 막 시작하는데 마을 분들을 만났다. 이장 부부와 그 앞집 부부(도요 처음 와서 고구마순을 얻었던 집). 술 한 잔씩 드리고 음식 값을 내가 냈다. 식당 건물이 이장님 것이라 했다. 이장님 1톤 트럭 집칸에 두 아주머니가 타고 남자들 셋이 앞에 타고 왔다. 이장님은 날 작가님이라 불렀다. 글은 잘 써지느냐 물었다. 저번에 대장님이 날 그렇게 소개해서 그럴 것인데 시골 마을에서 그렇게 분류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그냥 도시 살다 변방에 편입된 무지랭이일 뿐이다. 도시에서 학습된 것들은 여기서는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 난 도시 무지랭이다.

이장님이 우리 집 앞에 차를 세워주었다. 마을 사람들과 트럭을 타고 돌아온 게 신기한지 아내가 반색을 했다. 오늘 외벽을 새로 칠한 집은 완전 새집이 되어 있다. 아내는 오늘, 집 페인트 공사 마무리하고 청소하느라 고생했을 것이다. 타고 들어온다던 8시 차에 마중을 나갔는데 내가 보이지 않아 무척 걱정했던 모양이다. 거기에 전화까지 불통이었으니. 전화는 국밥집 아들이 간단하게 해결해 주었다. 모든 기계는 내가 만지면 왜 안 되는 거야.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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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이 온 도요

마당에 심은 무, 싹이 예쁘게 올라왔다.

솎아낸 무순으로 나물 무쳐 얌얌.

 배추가 심어진 도요 밭. 스튜디오 가는 길에 있어서 매일매일 이랑이 긴 배추밭에서, 배추 자라는 것을 보게 될 것. 

 

 

 

 대장님의 아침.

새로 온 흰순이와 산박이를 지켜보심.

 가을이 오고 있는 스튜디오. 도요 식구들 마음도 조금씩 계절을 따라 깊어가는 듯.

 도요출판사 주간님 자리. 최근에 스튜디오로 옮겼다.  

 도서관 자리.

 대장님 자리. 목하 대작을 집필 중이시다.

 도요가족극장 준비 중인 가족극장 무대.

무대감독님이 오셔서 무대를 설치,

 

천정까지 페인트 싸악~

객석 작업 완료

 

 9월 넷째주부터 문을 여는 도요가족극장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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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림에 눈 온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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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이 있어서 삼랑진 병원 갈까 하다가 문득 도요에 보건진료소가 있다는

대주님의 말씀에 따라 자전거 타고 도요보건소에 가서 약 지어왔음.

마을 사랑방 같은 도요보건소 소장하고 이런저런 얘기하고

한 사람 당 사흘분씩 약 지었는데 약값, 진료비 합해서 900원. 두 사람분 1800원.

"보건소 약 좋아요." 소장이 그러더니 정말이네 ~

 

 

지난밤 보일러 온도를 너무 낮춘 게 탈이었을까. 둘이 똑같이 감기 몸살 기운이 있다. 두어 번 가본 적 있는 삼랑진읍의 의원(간판은 의원이지만 입구에 써 놓은 진료영역은 적은 종합병원이었다)에 가보나 어쩌나 망설이다가 마을 입구의 보건진료소 생각이 났다. 얼마 전에도 한번 가보았으나 문이 잠겨 있어 허탕 친 적이 있다. 내가 마을 보건진료소 어떠냐고 했더니 어찌 대견하게 그런 생각을 다 했느냐며 아내가 나를 바라보았다.

곧바로 자전거를 타고 아내가 갔으나 또 문이 잠겨있어 앞에 붙여놓은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해놓았다고 했다. 회의가 있어 출타 중이라고 했다. 식구들과 점심을 먹은 얼마 후 진료소장이 곧 들어온다는 전화가 왔다. 아내가 다시 가서 두 사람 약을 타왔다. 간호사 출신의 도요 보건진료소장은 여기서만 20년을 근무했다고 했다. 할머니들이 많이 놀러와 있고 우리 이웃의 벙어리 아저씨도 놀러와 아는채를 하더라고 했다. 사흘분 약을 받아왔는데 한 사람 약값이 900원이다. 원하면 그 돈으로 주사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보건소장이 비슷한 또래고 인정스럽게 굴어 아내의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이다. 약도 잘 듣는 것 같다.

우리도 오십 중반이니 이제 병원은 좀 멀어도 좋을 것이다. 감기와 같은 작은 병은 보건소 약으로 충분하고 큰병은 이제 서서히 방어하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어간다. 언젠가 행복한 자연사를 하려면 병원과는 거리가 있는 이런 벽촌이 좋을 것이다. 밭고랑 매다가 돌아가신 어른들 이야기가 가끔 보도되곤 하지만 그보다 부러운 죽음이 또 있겠는가. (2011. 1. 19 수.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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