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시: 바람의 노래
나는 비록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견딘 매화나무 기다림이 욕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잃고 먼 하늘을 헤맨 소쩍새의 소망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밥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찾아온 눈밭을 들쑤신 살쾡이의 배고픔이 슬프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천근만근이어도 좋으니 내 안의 무게에 저것들이 떠메고 온 짐 다 얹어달라 빌었습니다 내 안에 숨긴 고운 꽃다발 풀어 저것들의 길 위에 뿌려달라 빌었습니다 오래 더 오래 저것들의 등을 어루만질 수 있게 남은 두 손 잘게잘게 부수어달라 빌었습니다
------ 최영철 시집 <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
뮤지컬 <어중씨 이야기> 삽입곡: 바람의 노래
난 비록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날 견딘 매화나무 기다림이 욕되지 않게
난 비록 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잃고 먼 하늘 헤맨 소쩍새 소망이 헛되지 않게
난 비록 밥이 아니어도 좋으니
날 찾던 살쾡이의 배고픔이 슬프지 않게
오래 오래 저들의 등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남은 두 손 잘게잘게 부수어달라고 빌었습니다
난 천근만근 무거워도 좋으니 내 안의 저들의 짐 얹어달라 빌었습니다
내 안에 숨긴 고운 꽃다발을 풀어 저들의 위로 뿌려달라 빌었습니다
'멀티미디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화: 그림자 호수 (0) | 2022.10.28 |
---|---|
photo poem: 큰 바위 얼굴 (0) | 2022.10.28 |
photo poem: 새로 지은 집 한 채 (0) | 2022.10.28 |
photo poem: 길의 탄생 (0) | 2022.10.18 |
photo poem:고무신꽃 (0) | 2022.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