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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시인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출간
"45년간 산 부산의 속살 함께 느껴봐요"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부산에 오래 살다보니 동네 사람들 말투나 표정만 봐도 기분이 어떤지 압니다. 집 근처 재래시장인 ‘수영팔도시장’에 매일 산책 가보면 상인들 얼굴에 그날 매상이 쓰여 있죠. 말 안 해도 통하는 친밀함과 소통감만큼 삶에서 소중한 게 또 있을까요.”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래 한국 시단의 대표적 중견으로 활약 중인 최영철(52ㆍ사진) 시인이 45년간 살아온 부산의 풍경, 문화, 사람들에 대한 진득한 애정을 담은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 발행)을 펴냈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부산으로 이주한 최씨는 88~90년 서울에서 거주한 것을 빼면 줄곧 ‘부산 토박이’로 살아왔다. 그가 “(독자에게) 부산의 속살을 만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이번 책은 부산의 절경과 역사적 무대를 해박한 배경지식과 함께 소개한 1부와, 영화 <친구>에서 가요 <동백아가씨>를 거쳐 시, 소설, 그림, 사진까지 부산을 무대 삼은 작품들을 맛깔스레 해설한 2부로 구성됐다. ‘부산일보’를 비롯한 지역 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이다.
책 출간을 맞아 15일 상경해 기자들과 만난 최씨는 “서울중심주의를 비판하기보단 자기가 발 딛고 있는 곳의 값어치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펴낸 책”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사람들이 자기 잠재력을 완전히 소비하도록 하는 곳”이라는, 찬탄인지 비판인지 모호한 말로 규정한 그는 “한 지역의 감수성을 익히려면 최소 30년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인데, 서울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며 20년 전 서울 생활을 돌아봤다. 요즘도 부산 지하철 환승 통로를 걸을 때면 서울 살던 시절이 떠오른다는 그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서울 지하철의 환승로를 우두두두 달려가는 군중들 틈에서 여기 이대로 있다가는 언젠가 깔려 죽고 말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하기도 했다.”
“부산 남자들은 귀가해서 ‘밥 문나?’ ‘아는?’ ‘자자’, 세 마디만 한다”며 그 무뚝뚝함을 우스갯감 삼는 일에 대해 최씨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 세 마디 속에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이 담겼나. 친밀함을 공유하는 이들에겐 많은 말이 필요없는 것이다.” 책엔 이처럼 부산 사람들의 성향과 정체성에 관한 시인의 직관력 넘치는 분석이 많이 들어있다.
최씨는 지난해부터 김해 무측산 앞자락에 작은 텃밭을 일궈 유실수 농사를 짓고 있다. 올무를 끊고 도망치는 산돼지를 이웃 농민들의 추격으로부터 보호해준 일, 심어둔 고구마가 몽땅 고라니 먹이가 된 일 등 초보 농사꾼의 일상을 소개한 최씨는 “일주일에 한 번 흙을 만지고 사니까 마음도 너그러워지고 아내(소설가 조명숙씨)와의 관계도 돈독해지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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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5/16 03: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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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아슬아슬하고 가파른 계단"

최영철 시인,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펴내
내밀한 부산 풍경에 대한 체험과 깊은 사색 버무려

최영철 산문집에 실린 박경효 화백의 그림 '사십계단'.

50여년 전 화물차 조수로 취직한 아버지를 따라 부산에 와 산동네와 매축지를 떠돌다 푸조나무에 이끌려 수영성 아래에 보금자리를 얻은 시인. 최영철 시인이 부산의 맨살을 햇볕에 드러낸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산지니)을 냈다. 시, 소설, 대중가요, 영화, 연극, 그림, 사진 속의 내밀한 부산 풍경에 절영도 해운대 금정산 사십계단 따위의 풍경이 갈마들고, 그 위에 시인의 사적 체험이 얹혀진 깊은 사색의 글이다.

최영철의 사유는 이런 식이다. 온천장 노천족욕장의 풍경 하나. 시인은 맨 아래 물 빠지는 쪽에 자리를 한 바람에 미지근한 온천수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것도 호사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의 차고 시린 발목을 쓰다듬고 주무르며 온 땀방울이 알알이 배어 있는 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선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거처인 산복도로의 달동네나 방문이 곧 담벼락인 범일동 매축지에 대한 애정으로 가감없이 드러난다. 강영환의 시 산복도로 사람들의 주인공인 달동네 사람들은 '달의 부름을 받고 일어나 이제 막 떠오르고자 하는 해를 지상으로 등짐 져 나르는 사람들'이다. 손택수 시인이 '삶이 막다른 골목길 아닌 적이 어디 있었던가'했던 범일동 매축지 사람들은 곤궁함이 한바탕 신명을 불러내 막다른 길에서 시끌벅적한 꽃향을 퍼뜨린다 했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들으며, 부산을 상징하는 꽃 동백에선 우리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겨울 칼바람을 꿋꿋이 견뎌내고 마침내 찾아온 봄을 다 껴안지도 못하고 통꽃으로 떨어지는 동백. 찬란한 봄의 영화는 이제 막 피어난 어린 것들에게 다 주고, 한 점 원망과 미련도 없이 겨울의 등을 떠밀며 사라지는 동백에서 어머니와 뒤끝을 남기지 않는 부산의 기질을 보는 것.

무뚝뚝한 부산 사내를 빗댄 우스갯소리에도 정색을 하고 기어코 깊은 뜻을 끄집어낸다. '밥 문나?'는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하루의 무사 안녕을 묻는 말이고, '아는?'은 산이 뭇 생명을 품어 키우듯 자식의 안부를 묻는 말이며, '자자'는 저녁 강이 스스로 깊어지듯 짐 진 자들과 함께 하는 강의 마음이라 했다.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보다 통 큰 바다의 속성, 무뚝뚝한 산의 속성, 넉넉한 강의 속성을 갖고 있는 부산사람의 품성을 '단디' 그려내겠다는 옹골참이 돋보인다.

시인에게 부산은 어떤 존재일까?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촬영지였던 사십계단에서 부산을 이리 그렸다.

'부산은 늘 가파른 계단이었고, 자칫 발을 헛디딜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승과 하강을 거듭했다'고.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화가 박경효가 그림을 그려 산문에 추임새를 넣었다. 박경효는 6월께 책에 실린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상헌 기자 ttong@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8. 05.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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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의 공명

 

요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을 듣습니다.

봄은 왔지만 기다리는 봄은 오지 않았고,  꽃은 피고 새가 와서 울지만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고

기다림의 날들을 다 써버린 사람처럼 웅성거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 희망을 이야기하기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희망이 추상을 생각하는 능력 속에서 길어 올려 지기 때문입니다.

세심한 관찰자로 세상에 깊이 뿌리내린 사람만이 희망, 혹은 절망을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나무의 마른가지에 물 오르고 꽃몽우리 터지는 4월입니다.                     -식목일아침에

 


 

 

 

 

중학교 합창대회 때 부르던 노래 한편 올립니다.  조그맣게 따라 불러보세요.

노래 제목이  < 희망의 속삭임>이거든요.

 

 

거룩한 천사의 음성 내 귀를 두드리네 부드럽게 속삭이는 앞날의 그 언약을

어두운 밤 지나가고 폭풍우 개면은 동녁엔 광명의 햇빛 눈부시게 비치네

 

후렴,

속- 삭이는(속삭임는) 앞날의  보금자리 즐거움이 눈앞에 어린다

 

저녁놀 서산에 끼어 황혼이 찾아와도 청천에 빛나는 뭇별 이 밤도 명랑하다

밤 깊어 나의 마음 고요히 잠들어도 희망찬 아침 햇빛 창문을 열어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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