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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즐기던 ‘부산의 속살’ 세상의 모든 이에게 보여줘
“서울 사람 존경스럽지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삶을 초인적으로 버티잖아요.”
2000년 ‘일광욕하는 가구’로 백석문학상을 수상한 최영철(52·사진) 시인은 1990년 서울살림을 정리하고 고향 부산으로 내려갔다. 사람과의 소통이 거의 없는 서울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부산 수영동 동네를 소요하며 느낀 감정을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박경호 그림·산지니)에 담았다. 글편들마다 항구도시 부산에 대한 정감이 가득하다.
그는 부산에서 45년을 살았다. 동네 재래시장에서 과일장수의 표정만 봐도 하루 매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이 친밀하고 개인적인 소통이 시를 쓰게 하는 동력이다. 산문집에도 그의 세밀한 감수성이 잡아챈 아름다움이 넘실댄다. 1부 ‘풍경들’에는 부산이 품은 경치가 펼쳐져 있고, 2부 ‘작품들’은 부산과 연관된 문학 미술 영화 노래를 소개한다. 그는 해운대 달맞이고개, 호포 가는 길의 낙동강 등을 시인의 감성으로 묘사하고, 최민식의 사진작품과 유익서의 소설 ‘우리들의 축제’, 영화 ‘친구’에서는 부산의 생명력을 집어낸다.
최 시인은 “외지인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에게도 부산의 속살을 만져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나아가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자기가 발 딛고 있는 지역의 값어치를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은 인간의 잠재력을 모두 소진하게 하는 도시”라고 덧붙이면서 약간의 게으름이 허용되는 지방생활을 찬양했다.
심재천 기자 jayshim@segye.com
- 기사입력 2008.05.17 (토) 11:01, 최종수정 2008.05.17 (토)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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