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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김윤식/문학사상2005.10

조명숙 씨의 <미즈 맘Ms.Mam)(문학사상 9월호)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자의 내면 묘사와 그 극복방식을 절실하게 다룬 작품. 현이라 이름한 36세의 여인이 있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학교에 간 아이의 우산을 챙겨 마중 갔을 때 그녀의 눈앞에서 덤프트럭에 아이가 치어죽었군요. 이 여인은 그 충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소설 주제치고는 심각한 것. 방법은 사람에 따라 각각이겠지요. 발광하기, 목매달기, 팔자소관으로 믿고 다시 아기 낳고 체념하기, 종교나 고아원 등 사회사업에 관심 두기 등등이 가능하겠지요. 작가 조씨의 해결책은 어떠할까.

두 가지 기둥을 세웠군요. 남편의 욕망에서 벗어나 아이 보상금 통장을 갖고 가출하기가 그 하나. 가출하여 허름한 동네의 옥탑방에 세 듭니다. 어째서 하필 옥탑방이어야 했을까. 달 때문입니다. 작가의 자질이 번득인 곳.

 

이곳에 오기 전, 아파트 베란다에서 달을 보면서 그것을 알았다. 조그마해서 보이지 않던 아이는 바라보면 볼수록 조금씩 커져서, 눈에 보이지 않던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구름이라는 큰 문덩어리로 마침내 osns에 보이게 되듯이, 현이가 볼 수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빗방울을 따라 내려오는 곳은 꼭 제가 다니던 학교였다. 그리고 학교가 파하는 그 시각이었다. 얼마쯤 배가 고프고, 얼마쯤은 지친,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엄마 곁에서 간식을 먹으며 세상의 위험함을 잊어버리고 싶은 바로 그 시각.(106)

 

아이를 잃은 여인이 정신 나간 상태에서 달을 보고 있었다는 것. 이는 분명 환각이지요. 그런데 그 환각이란 달무리빗방울비 내리기로 연상되어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아이가 죽었으니까 이 죽음을 달로써 생리화하기인 것. 달이란 새삼 무엇인가. 초승달이 자라 보름달이 되고 다시 작아지기 시작해 아예 그믐달에로 향하지요. 이 반복이 여성성을 상징함은 모두가 아는 일. 이 달거리를 기둥으로 삼음으로써 작가는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하기 짝이 없는 생리적 감각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기둥은 아래와 같습니다.

 

달빛과 외등,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만들어내는 침울한 분위기 속으로 피토키오의 코처럼 자라나는 그림자가 보였다. 현이가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림자는 천천히 난간을 따라 옥상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돈 다음 달을 향해 섰다. 보름을 대엿새 넘긴 달이 떠올라 있는 하늘을 향해 그림자가 늑대처럼 고개를 치켜들자, 문득 우우우 하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165)

 

보름달을 향해 울부짖는 늑대의 울음은 분명 환청이겠지요. 이 환청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몽유병을 앓는 이웃집 여자입니다. 그녀의 딸은 아직 미성년이면서 임신한 상태, 이름은 지나. 이런 어미 밑에서 자란 딸이 임신한 새 생명도 소중하긴 마찬가지. 지나가 낳은 아기이면 어떠랴. 미즈이자 어미면 어떠하랴.

이 작품의 주조음이랄까 정서의 소설적 바탕의 강점은 여성성의 부각에 있습니다. ‘달무리비 내리기의 연속성이 그것.

중요한 것은 달과 달무리, 비오기의 연속성이란 우리의 전통적(할머니) 속담이랄까 민담과 관련되었음에 찾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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