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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지나고 며칠이나 지나서야 겨우 노트북을 연다.

연말에 아들네가 와서 일주일을 머물다 갔고, 손자에게 넋이 빠져 있었던 것인데, 오늘 부산역에 데려다주고 대청소를 했다.

일주일을 설명하라고 하면 좀.... 어렵다. 손자를 둔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처지에서는 뭔 소리여? 할 것이니까. 그렇다고 손자 자랑을 늘어놓아서 모지리 소리를 듣는 것도 싫고, 귀한 손자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게 해서 귀신이 시샘하게 하고 싶지도 않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제일 크게 한 자랑이 되고 말았다.

아이가 사라진 집에 다시 찾아온 고요. 빨래하고 청소하고 하는 것이 공백을 통과하는 방법 중 하나. 부지런히 닦다가 볶음밥용 야채 다지기 칼날을 선반 아래 둔 걸 깜빡 잊고 건드리는 바람에 손가락을 길게 베었다. 때문에 욕조에 몸을 푹 담그려던 계획은 취소. 손가락을 동여매고 가려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송혜교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를 해치웠다. 며느리가 소개해 준 것이다. 아바타, 영웅, 올빼미 다 봐버려서 심심하던 차

실컷 뭉개고 나니 조금 정신이 돌아온 모양. 출판사 메일에는 두 군데서 세금계산서 요청이 와 있다. 세 군데서 들어와야 하는데 한 곳은 없는 모양이다. 합하니 약 16만원 정도 . 사업자로서는 쥐꼬리만한 수입이다. 

올해는 소설을 좀 써서 돈을 벌어야겠다. 본업으로 버는 돈이 제일 알지더라는 사실. 연금으로 사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이래저래 생기는 걸로 메워왔지만, 나이 들어 쪼들리면 정말 짜증스러우니까 말이다. 소설을 쓰지 않고  4년 정도가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소설보다 소중한 것들이 내 삶에 쌓였고, 다시 또 소설 써서 생활비 메워갈 자신감이 생겼다. 세월은 그냥 가는 게 아니다. 그리는 일도 부지런히, 걷는 일에도 열심, 책 만드는 일도 열심, 변함없이 바쁘게 바쁘게 또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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