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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첫 손님

 

 

어젯밤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낯선 것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탓에 한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해야 할 것. 그러나 여름밤을 줄기차게 울어대는 벌거지들이 있어 외롭지는 않았다. 거기에다 수영집 다락에 넣어두었던 엠프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해 클레식 에프엠을 듣고 있으니 이만한 호사가 없다. 7시쯤 산책을 나가 신작로따라 강까지 걸어갔다 왔다. 왕복 1시간쯤 걸렸다. 가는 길에 피어있는 꽃들을 디카에 담고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포코래인도 찍었다. 국립식물검사소와 도요보건소 앞을 지났다.

 

 

 

 이웃집에서 얻어 심은 고구마

뿌리 잘 내렸습니다. 

 도요마을의 아침을 걸었습니다. 

 벼도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지요.

 논두렁엔 호박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경운기를 타고 일나가는 노부부에게 인사하고 길에 주저앉아 무슨 이야긴가를 하고 있는 두 아저씨에게도 인사했다. 어디 갔다오는교? 하고 물어서 좀 걷고 오는 길이라 했더니, 운동하고 오는교? 하고 되물었다. 김해에서 출발한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있어서 시계를 보니 8시 50분. 9시 10분에 도요를 출발하는 버스다. 도요에서 김해 시내를 오가는 버스는 하루 6-7번 다닌다.

 

 

저 멀리 보이는 입간판을 보세요. 낙동강 살리기 12공구.

 

 길가에 핀 접시꽃도 다 안다는 듯,

마음이 아프다는 듯 붉디 붉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막지 못했습니다. 저 거대한 기계를. 저 위대한(!) 개발을.  

 

어제 오후에는 박병출 시인 가족이 왔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탈락한 현 시장의 참모로 지원 유세를 했던 박형은 선거 패배 후 칩거하느라 도통 연락이 되지 않더니 어제 전화를 했었다. 어제 삼랑진 장을 구경하며 들어오는 길에 사온 막걸리 세통을 금방 다 비우고 박형 차에 실려 있던 맥주를 가져와 몇 병 더 마셨다. 저녁을 사 먹으려고 마을회관에 갔으나 문을 닫아 연극촌에 가서 밥을 찾아먹었다. 도요림 새집을 구경하고 안여사가 운전하는 차로 박형 식구가 떠났다. 올해 고동학생이 된 종설에게 과자 사먹으라고 돈을 조금 쥐어주었다. 어제 어머니께 용체를 드리느라 돈이 조금밖에 없어 조금밖에 못 주었다.

 

 

 

 이 고요한 강의 풍경을 보세요.

기슭의 뭇 생명들을 품고 고요히 흐르는 이 강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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