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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수

자귀나무를 심다.

 

 

이선생님께 새로 나온 도요의 책 [이원양연극에세이] 갖다드리고 다음 책을 의논하고 돌아와 아침 겸 점심을 아내와 딸과 둘러앉아 먹고 있는데 누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이웃 할머니께서 밭에서 금방 따온 고구마 줄기와 풋고추를 내밀었다. 도요의 넉넉한 인심이다. 옆집 텃밭에 들깨 모종이 자라고 있어 몇 포기 얻으러 갔으나 집에 아무도 안계셨다.

 

저녁 무렵에는 거나하게 취한 초로의 두 분이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중 한분은 지난번 고구마를 심을 때 훈수를 해준 분이다. 한분은 십년 전쯤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처남의 동기라 했고 한분은 선곡 [선녀와 나무꾼]의 손위 동서와 동기라 했다. 취한 김에 용기를 내 무작정 들어온 것 같았으나 여기는 일하는 공간이라고 아내가 이야기하자 곧 돌아갔다.

 

  <딸아이 데리고 도요 와서, 자귀나무를 심었다.>

  우선 고구마 몇 포기를 구석으로 옮기고(미안~) 

<창문 밑에는 산머루와 담쟁이를>

 

 

<제일 가까운 곳에 자귀나무를 심었다>

 

 

어제는 비를 맞으며 도요 진입로에서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어린 자귀나무 한 그루를 뽑아 우리 집에 모셨다. 전에부터 아내가 점 찍어둔 것이었다. 사랑하는 연인이 그 잎을 만지면 사랑을 이룬다는 나무다. 낮에는 양쪽으로 갈라져 있던 잎이 해가 지면 마주 구부러져 하나가 되는 모습에서 그런 속설이 나왔을 것이다. 부산 집 근처 푸조나무 앞에 있는 자귀나무를 어루만지며 우리는 전에부터 이 나무를 가까이 두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지 않아도 늘 붙어다니는 터라 우리는 사실 이 나무가 크게 소용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도요 집 마당에서 잘 자라준다면 우리 집을 드나드는 모든 분들의 사랑을 이루게 할지도 모른다. 빗물이 고인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흙탕물을 튕기며 지나갔지만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어린 자귀나무 한 그루와 해바라기 세그루, 국화 한그루를 캐내 우리 텃밭으로 데리고 왔다.

 

어제 저녁에는 김해문협 김회장님이 전화를 하셨다. 지난 토요일 북콘서트 온 손님들이 우리 집으로 몰려와 김해 분들은 집안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돌아갔는데 그게 못내 서운했던 모양이다. 다음 주 토요일쯤 오시라고 했다.

 

 

<자귀나무와 함께>

 

<야생화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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