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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시인
‘밤에’
하늘로 가 별 닦는 일에 종사하라고
달에게 희고 동그란 헝겊을 주셨다
낮 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밤에 보면 헝겊 귀퉁이가
까맣게 물들어 있다
어두운 때 넓어질수록
별은 더욱 빛나고
다 새까매진 달 가까이로
이번에는 별이 나서서
가장자리부터 닦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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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별을 닦아주고, 별은 달을 닦아주기 위해 빛난다. 밤하늘의 달과 별이 별개가 아님을 알겠다. 동시풍의 이 따뜻한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나’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달과 별의 사이처럼 서로 닦아주어야 밤하늘이 외롭지 않다.
국정브리핑|기사입력 2007-07-25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