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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최영철(1956~)

 

 


왕피천 바닥이

알 낳고 죽은 은어로 가득하다

봄 지나 여름으로 가던 따끔따끔한 햇살들

투명한 수의를 만들며 개울을 덮는다

갈매기 몇 마리 물어뜯다 간

주검의 사타구니 사이

옹알옹알 알들이 깨어나

제 어미의 길을 간다

아니라아니라 물길을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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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염천, 은어란 이름은 산들바람보다 시원스럽다. 어느 간물 속에서 급류를 향한 숨결을 가다듬으리. 은어의 가장 큰 특장은 위턱이 희고 아래턱이 풀색이란 점. 문지르면 그냥 풀물이 들 것 같은 은어. 울진 왕피천은 은어들이 바다로 뛰쳐나가는 곳, 다시 죽으러 돌아오는 곳. 시인은 투명한 수의를 덮는 물속의 햇살을 들여다본다. ‘아니라아니라 물’의 생사가 바쁘고 눈부시다.

<고형렬·시인>


시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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