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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인 금정산 사랑 유별납니다”

양왕용 부산대 명예교수 평론집 ‘한국 현대시와 토포필리아’ 출간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 시인 금정산 사랑 유별납니다”

 

 2020-05-18 18:15:07수정 : 2020-05-18 18:20:56게재 : 2020-05-18 18:21:14 (15면)

 

 

“부산 시인들은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을 사랑한다.”

양왕용(사진) 부산대 명예교수는 최근 펴낸 문학평론집 〈한국 현대시와 토포필리아〉(도서출판 작가마을)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 근거로 금정산이란 ‘장소 사랑’을 담은 시집을 예로 든다. 부산시인협회가 1994년 12월 발간한 〈남부의 시〉 24집인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부산〉(빛남)엔 금정산을 다룬 7편의 시가 나온다. 부산작가회의가 2008년 10월 발간한 〈부산을 쓴다〉(전망)와 부산문인협회가 같은 해 12월 펴낸 〈부산 사랑, 부산문화〉(세종)에 금정산 소재 시가 7편씩 각각 실렸다.

 

 

‘개울물소리 한 소절/멍든 영혼 달래주며/하늘 가운데 보석들을 세게 하는/너 금정산아/우리에겐 네가/어머니다.’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부산〉에 실린 이해웅 시인의 시 ‘금정산’의 일부다. 여기서 금정산은 희망과 치유의 공간으로 변주된다.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도통 우러러볼 고지가 없거든 이걸 저만치 꺼내놓고 그윽하고 넉넉해질 때까지 바라보기도 하라고 일렀다’. 최영철 시인의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표제작 일부다. 최 시인이 요르단에서 일하기 위해 떠나는 아들을 위해 쓴 시다. 금정산은 부산 토박이들이 해외에서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고향이자 힘을 상징한다.

이번 평론집에는 금정산 사랑에 대한 작품, 진주시 남강을 사랑한 시인들의 작품, 부산 시인들에 대한 작품 세계, ‘남강문학회’ 회원들의 시집에 대한 글이 실렸다.

시집 제목에 나오는 ‘토포필리아(Topophilia)’는 그리스어인 ‘topos’(장소 혹은 공간)와 ‘philia’(사랑)의 합성어다.

김상훈 기자 neato@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51818144613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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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밀키입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할 책은 최영철 작가님의 성장 소설 『어중씨 이야기』인데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설입니다. 아울러 최영철 작가님과 같이 도요마을에 살고 계시는 이가영 작가님의 아름답고 따뜻한 그림들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어중씨 이야기』는 저번달 7월 22~23일 극단 걸판의 음악극 <어중씨 이야기> 로 새롭게 각색되어 안산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었고요. 이번달 초 6일~7일 2016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또한 공연되었습니다. 이 음악극 <어중씨 이야기>의 포스터를 뒤집어보면 짜잔-! 가사집이 나옵니다.

 

 

 

 

이 가사집은 음악극 <어중씨 이야기>에 나오는 노래를 적어 놓은 것인데요. 극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가사가 얼마나 재미나던지요. 최현미 작사가님이 쓰신 곡과 최영철 작가님의 시에 박기태 작곡가님이 곡을 붙여 만든 노래입니다. 저는 이 글에서 노래와 같이 『어중씨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무래도 줄거리만 줄줄~읊는 것보다 재미난 가사를 함께 보면 더 기억에 오래 남겠죠?

 

 

엉뚱한 매력을 가진 사랑스러운 어중씨가 왔다. 도시에 살던 어중씨가 시골 도야마을로 이사와 마을 사람들과 좌충우돌을 겪다 어느 날 마님의 심부름으로 장터에 가게 된다. 그러나 평소 어중씨 성격대로 여유를 부리다 그만 장터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만다. 외진 시골 마을이라 버스를 타고 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하기에 어중씨는 결국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도야마을에서 장터까지 가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님이 부탁한 물건이 무엇인지는 잊어버리고 길에서 학생들, 강아지 길동이, 목사, 순례자 등을 만나며 그 어느 때보다 기묘한 하루가 어중씨에게 펼쳐진다.

 

 

『어중씨 이야기』는 어중씨가 마님의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의 이야기가 중심적입니다. 마님, 그러니까 마누라님이요. 어중씨는 아내를 마누라님이라 부르고 아내는 어중씨를 서님, 그러니까 서방님이라고 부릅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의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은 가사집에서도 잘 드러나 있는데요. '서님, 마님' 이라는 제목의 가사입니다.

 

서님, 마님

 

 

우리 서방님 줄여서 서님 우리 서님 별명은

 

 

“어중씨에요. 어중씨. 어중간하다고 어중씨!”

 

 

어중간하게 준비를 하다가

어중간하게 달려가다가

어중간하게 길을 멈춰 서서

어중간하게 버스 놓치고 말지요.

 

 

어중간하게 길을 걷다보면

어중간한 시간이 되지요.

어중간한 시간에 집에 와서

어중간하게 우리 마님 부르죠.

 

 

“마님, 우리 마님~~”

“우리 마누라님, 줄여서 마님. 우리 서님은 날 마님이라 불려요. 우리 서님은 시간도 내게 물어 알지요.”

 

 

마님, 몇 분이에요?

마님, 몇 시에요?

마님, 몇 일이에요?

마님, 몇 월이에요?

 

 

꽃이 피었네. (개나리 꽃이 폈네)

언제 봄이 왔을까. (함박눈이 날리네)

눈이 날리네 또 언제 겨울이 왔나?

 

 

봄이 왔으니

우리 마님 원피스 사와야지.

겨울 왔으니

우리 마님 예쁜 털신 사와야겠네.

 

 

 

하루동안 어중씨가 겪은 일들이 적혀 있는 것이죠. 어중씨는 지구 밖 소혹성 B612호에서 온 어린왕자같기도 합니다. 변화에 발 맞추어 빠르게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휴대폰도 필요없다 하고, 이걸 생각하다가 저걸 까먹고, 도시는 시끄럽고 복잡해서 싫다 합니다. 

선생님 시절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어중씨를 '보바샘','바보샘'으로 부르기도 하고요.

어떻게든 느리게 살아보려다 계속 어중간해지는 어중씨입니다.

 

어중씨의 이런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은 가사집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어중어중어중씨'와 '어중씨 이야기'의 가사를 보실까요?

 

어중어중어중씨

 

 

어중씨 어중씨 어중어중 어중씨 어중간한 어중씨 어수룩한 옷차림으로 얼기설기 걸어오는 저기 저 어중씨

어기적 어기적 어기적 어슬렁 슬렁 슬렁 슬렁 슬렁슬렁 오늘도 어중간한 어중씨

 

어중씨 이야기

 

 

어중간한 어중씨가,

술에 취해 길을 나섰대.

 

 

어중간하게 비틀대다가

어중간하게 발을 헛디뎌서

어중간하게 굴러 떨어져서

어중간하게 다쳤대.

 

 

어중간하게 비틀댄 어중씨

어중간하게 헛디딘 어중씨

어중간하게 떨어진 어중씨

어중간하게 다친 어중씨

 

 

어중간하게 병원에 누워

어중간한 치료를 받았대.

어중간한 어느 날 퇴원을 했는데

몸이 전 같지 않았대.

 

 

머리를 다쳤는지, 다리를 다쳤는지

걸음도 행동도 생각도 말도 느려졌대.

 

 

어중간한 어중씨는 더욱더 어중간해졌대

어중씨는 정말 좋았대.

 

 

걸음도 행동도 생각도 말도 느려졌는데 어중씨는 그저 좋기만 합니다. 어중씨는 자신의 건망증을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생각이 많아서 수시로 생각들이 들락날락거려서 기억의 창고에 구멍이 났기 때문에 건망증이 생긴거라고요. 그래서 어중씨는 이러한 생각으로 자신의 건망증을 극복합니다. 참 대단한 어중씨입니다.

 

 

 

어중씨는 도야마을로 가는 고개를 넘다가 깜박 잠이 들기도 합니다. 완만하게 구부러진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숲 사이 오솔길을 선택하다가 잠시 쉬어간다는 게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잠이 깬 어중씨는 천 살이 넘었다는 세 명의 아저씨들을 만납니다. 백 살도 아니고, 천 살이 넘었다니? 아저씨들은 도깨비인걸까요? 귀신인걸까요? 아저씨들은 어중씨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 조르고 어중씨는 스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가사집에도 스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요.

 

바보스님 이야기

 

 

누더기를 몸에 걸친 스님이

한 집에 들어가 먹을 것을 구했대.

 

 

불쌍하게 여긴 주인이 부엌으로 간 사이

집오리가 옥구슬을 삼켰대.

 

 

먹을 걸 가져온 집주인은

옥구슬 없어진 걸 알고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하며

스님을 광에다가 가두었대.

 

 

주인이 재차 닦달해도

스님은 아무 말이 없었대.

구슬을 내놓지 않으면

스님의 배를 갈라서 확인한대도

스님은 아무 말도 않았대.

 

 

집오리는 밤새 배를 앓았대.

스님은 밤새 오리 밸 어루만졌지

다음날 오리는 똥을 누었고

거기에서 옥구슬이 나왔대.

 

어딘가 어중씨를 닮지 않았나요? 바보스님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들은 스님을 바보스님 혹은 대단한 아저씨 등으로 칭하며 옥신각신합니다. 어중씨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구요. 그리고 오래된 아저씨들과 친구가 됩니다. 

 

 

아저씨들과 헤어지고 나서 어중씨는 헤어진 자리에서 마님과 길동이를 만나게 됩니다. 위의 그림은 읍내 장에서 산 털신과 오공본드와 갈대 빗자루, 강아지 길동이, 그리고 마님과 도야마을로 향하는 어중씨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잘 가. 오래된 친구들.

  어중씨가 보름달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길동이를 쓰다듬으며 오공본드과 갈대빗자루, 털신을 마님에게 건넵니다.

   (중략)

  촘촘히 보석을 박아 놓은 듯 밤하늘의 별이 반짝입니다. 별들이 모두 일어나 어중씨 부부와 길동이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p.176

 

최영철 작가님의 자전적인 성장소설인만큼 시에서도 느긋하고 여유로운 어중씨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데요.

 

무위_최영철

 

 

그냥 하는 거 좋다. 고갯마루까지 가보는 거.

누가 오나 안 오나 살피는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그냥 하는 거 좋다. 마을 어귀까지 가보는 거.

점심 먹은 거 소화시키는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강물은 좀 불어났나. 건넛마을 소들은 잘 있나.

그런 것들 살피는 거 말고,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주머니 손 찔러 넣고 건들건들

그냥 나갔다 오는 거.

 

 

'주머니 손 찔러 넣고 건들건들', '그냥 나갔다 오는 거'라는 구절만 봐도 버스를 놓치고 휴대폰을 물에 빠트리고, 뚜벅뚜벅 걸으며 생각에 잠기는 어중씨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나요? 더운 여름, 바쁜 일은 잠깐 내려놓고 꼬불꼬불 모르는 길들을 어중씨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https://sanzinibook.tistory.com/1854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출처: https://sanzinibook.tistory.com/1854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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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부터 최영철 지음
 
 
2019년 05월 17일(금) 00:00
 
 
 
10년 동안 투고한 신춘문예. 서른이 넘어가도록 변변한 직업도 없이 단칸방에서 가난하고 고단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절망을 담은 시를 썼고,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 해 비로소 당선 소식을 들었다. 지난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최영철 시인의 회고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시인으로 활동해 온 그가 시와 시인, 시 쓰기와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 등 시론(詩論)을 담아 산문집 ‘시로부터’를 펴냈다.

저자는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시의 재료를 찾았다고 전하며 이를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는 게 시인의 책무라고 주장한다. ‘열혈하지 않으면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지론을 펼치며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해 탐구하고, 시인의 의무를 고심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가 가진 희망을 나눠주고자 한다.

1부와 2부에서 고통과 절망을 시의 바탕으로 활용하는 자세를 돌아보고, 시인에 대한 통찰과 함께 과잉과 포만을 경계하며 도시 문명의 피로와 시의 유용함·쓸모없음 등을 살펴본다. 3부에는 유치환, 백석 등 시인을 찾아 떠난 문학 기행의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등의 시집을 발간해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는 지난 2015년 시민 투표로 부산 대표도서 ‘원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등을 펴냈다. <산지니·1만4000원>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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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에 강남수씨... 당선작 ‘햇살방석’

  • 김보관 기자
  • 승인 2019.09.16 18:01
  • 댓글 0

 

 
심사평 “문자와 사진을 깔끔하게 처리한 작품”
 

‘제2회 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 당선작으로 강남수씨(56·경기 양주시)의 ‘햇살방석’이 뽑혔다.

17일 해당 상을 주관한 한국디카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응모작을 모집한 결과 한국과 중국·인도네시아·미국 등 국외에서 모두 871편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30편이 본선에 올랐다.

당선작 ‘햇살방석’ [사진 제공 = 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

본심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에 관해 “문자와 사진 모두를 깔끔하게 처리한 작품이다”라며 “서로를 보충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각각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둘이 조우했을 때 느낌과 의미가 배가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타자에 대한 환대와 배려의 가치를 은유함으로써 조건 없는 친절, 아름다운 인연의 세계를 활짝 열어 준 작품으로 본심 심사위원들이 당선작으로 뽑는데 이견이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본심은 최영철·최금진 시인이, 예심은 박해람·김남호 시인이 맡았다.

당선자인 강씨는 “한때 좋았던 기억을 떠올려 찍고 쓴 디카시, 아무런 기대 없이 응모한 ‘햇살방석’이 큰 상을 탈 줄 몰랐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디카시 창작에 더 정진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보은문화원은 지난해 이 지역 출신인 오장환 시인(1918~1953)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국내 최초의 디카시 신인문학상인 ‘오장환디카시신인문학상’을 제정했다. 1회 당선작은 강영식씨(60·충북 청주시)의 ‘망부석’이었다.

시상은 ‘제24회 오장환문학제’를 개최하는 10월 18일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한다. 시상금은 300만원이다.

한편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떠오른 디카시는 영상과 5행 이내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빚어내는 매력 덕분에 최근 발원지인 한국을 넘어 중국과 동남아, 미국 등 국외로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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