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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송정은입니다. 지난 78일이었죠. 출판사 산지니의 '저자와의 만남'이 100회를 맞이했습니다. 아침에 비소식이 있던 터라 모두들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다행히도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구름이 갠 듯 우리는 제법 산뜻한 바람을 이끌고 산지니X공간에서 시로부터의 저자 최영철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행사의 진행은 최영철 작가님의 금정산을 보냈다어중씨 이야기, 시로부터를 편집한 윤은미 편집자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저서를 3권이나 편집하신만큼 누구보다 작가님과 산문집 시로부터를 잘 알고 계셨는데요. 애정이 담긴 질문과 재미난 일화를 오가며 행사까지 편집해 분위기를 밝혀주셨습니다.

 

 

작가님께서 11권에 이르는 시집을 내셔서 산문집이라고 하면 놀라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1993년을 시작으로 벌써 5권에 이르는 산문집이라고 하니 시로부터를 읽은 저로서는 앞에 나온 산문집들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 시로부터를 읽고 저자와의 만남을 가진 뒤, 앞 작품들에 대해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을 만나고 오셨다면 저자와의 만남을 소개해드려야겠죠? 최영철 시인께서 산문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감사를 표한 후 질의응답이 오갔는데요. 시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산문, 우리가 나눠보면 좋을 그날의 이야기를 몇 가지 가져와봤습니다.

 

 

 

 

Q 시 쓰기에 대한 간절함과 등단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게 담겨져 있었다.

 

A 그때는 웬만한 문예지들이 강제 폐간 당했다. 그래서 굉장히 힘든 시절을 보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신춘문예는 하늘이다.10년 정도 투고를 했는데 계속 떨어졌었다. 최종심에 거론된 것이 3번 정도 있었는데 86년에 신춘문예 꿈을 거의 접고 있었다. 이길은 아닌가 싶어 무크지 지평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고 그래서 소위 말하는 시인이 되었다. 이 일을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하고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신춘문예 내일 마감’ 이라고 적힌  빨간색 글씨를 발견했다. 25일이 마감이었는데, 전날 밤에, 써놨던 것을 조합하고 퇴고한 뒤 투고했다. 신춘문예 당선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 신춘문예는 시도 잘 써야하지만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몇 개의 시를 조합해서 한 편을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연장론』이다.

 

Q 시 쓰기에서 고통과 절망이 없으면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시인으로서 고통, 절망, 불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어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시가 나오는 것인데, 우리 시인들은 오늘도 배불리 먹었다. 배불리 먹으면서도 그 집 서비스가 안 좋다고 불평하고 맛이 없다고 불평했다. 예전에는 누가 밥 먹으러 가면 슬슬 따라가며 연명했는서 그 시절에 그런 시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에 비해 지금의 우리는 풍족한 삶 앞에서 불안이 아닌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니. 그래서 시인들이 다시 좀 가난해져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Q 지금까지 시인으로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과 절망스러웠던 순간은?

 

A 그래도 팔자인지, 시 쓰고 사는 게 좋다. 옆에 같이 사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나는 다 괜찮았는데 같이 사는 사람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시를 쓸 수 있어서 행복한데 나 때문에 아내나 이이들이 힘든 걸 보는 게, 그게 제일 고통스러웠다.

이제는 다 늙었으니까 그런 세월도 다 잘 지나간 것 같다. 잘 살아온 것 같다.

 

 

 

 

작가님은 산문집 시로부터에서 시와 시인, 시로부터의 마음이 담긴 자신의 왼팔, 산문에 대해 아낌없이 들려주셨는데요. 시를 읽을 때의 마음으로 산문집을 만나고, 산문집을 읽을 때의 마음으로 작가님의 얘기를 듣는 순간 우리의 가까이에 있는 조그마한 것들과 고통, 절망, 분노에 시선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이 라고 말해주시는 것 같아 위로를 받는 순간이었습니다

 

 

후반부에 흘러 최영철 작가님과 함께 자리해주신 여러 시인 선생님들 사이의 애틋함도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예전처럼 시를 쓰고 있는 후배들이 나를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말씀에서 시뿐만 아니라 시인 한 명 한 명을 아껴주고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하시는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이어져 '오늘날의 시인'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보았는데요.

지금의 등단제도는 문단 질서 아래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양식이 되어버렸다.”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문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막아버린 것만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더불어 등단하지 않고 시집이나 소설을 내는 시인들에 대하여 등단이라는 제도로부터 자유로워진 후배들에 대해 그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하시며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는데요. 온전히 시로부터 시인의 삶을 살아온 최영철 시인께 한 발 다가선 것 같아 영광이었습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남이었던 만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저녁이었습니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작가님도 알고 계셨을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에게 시집 한 권을 선물해주셨는데요. 머나먼 길이었지만 한 자 한 자 소중히 읽다보니 어느새 시의 끝에 도달해 있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최영철 시인께서 준비한 시를 들려 드리며 포스팅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곧 서평에서 만나요. (해당 시는 시로부터머리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였으나 무슨 대단한 비의를 품은 듯

천기를 누설하는 착각에 빠지게도 했던 것.

 

애써 쓰려고 하지 않았으나 내 안의 다른 무엇이

써버리고 말았던 것.

 

써놓은 것이라도 얼른 감추고 폐기처분해야 했으나

그만 깜빡 잊고 발설해버린 것.

 

종이를 낭비하고 지면을 어지럽히고 독자의 시간과 감정을

빼앗은 것.

 

쓸모없는 짓거리였으나 그럴수록 더욱 쓸모있는 것이라

자위하며 의미를 달아준 것.

 

나 자신이라도 구제해볼 요양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점 온 세계를 구제하려는 과대망상에 빠졌던 것.

 

잘해야 허무맹랑한 허무를 덮는 위안거리나 되었을 것.

 

눈앞에 널린 수백의 유용을 자진반납하고 단 하나의

무용을 거머쥔 것.

 

더 잃을 것도 없는 적빈의 열매.

 

 

혼자 공그르다 허공에 훅 날려버려도 좋을,

아무 쓸모없음의 모든 쓸모있음.

 

-「시를 위한 변명」, 최영철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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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sanzinibook.tistory.com/2970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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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외길, 전업시인으로 올곧게 살아온 최영철 시인 산문집 “시로부터” 출간
<시의 향기를 찾아서>
[에코데일리뉴스=최순섭 기자]
 
오래전 이야기다. 무채색 하늘에서 눈발이 흩뿌리는 추운 겨울날이었다.
 
문청들이 홍제동 문창갑 시인의 집에 모이기로한 그날 최영철 시인은 신문사에 당선 소감을 막 쓰고 달려오고 있었다.
 
1986년 한국일보 신춘에 연장론이 당선되어 모이는 축하의 자리였다.
 
연장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추운 겨울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꽁꽁 언 마음을 망치와 몽키 스패너 등 아름다운 연장의 이름으로 두드리고 조이고 어루만져 불꽃 튀는 삶을 따스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가 잠시라도 두드리지 않으면 / 불안한 그대들의 모서리와 모서리는 삐걱거리며 어긋난다 / 우리가 세상 어딘가에 녹슬고 있을 때 / 분분한 의견으로 그대들은 갈라서고 / 벌어진 틈새로 굳은 만남은 빠져나간다 / 우리가 잠시라도 깨어 있지 않으면 / 그 누가 일어나 두드릴 것인가 / 무시로 상심하는 그대들을 아프게 다짐해줄 것인가 // 그러나 더불어 나아갈 수 없다면 / 어쩌랴 알지 못할 근원으로 한 쪽이 시들고 / 오늘의 완강한 지탱을 위하여 결별하여야 할 때 / 팽팽한 먹줄 당겨 가늠해 본다 / 톱날이 지나가는 연장선 위에 / 천진하게 엎드려 숨죽인 그대들 중 / 남아야 할 것과 잘려져 혼자 누울 것은 / 무슨 잣대로 겨누어 분별해야 하는가를 // 또다시 헤어지고 만날 것을 빤히 알면서 / 단호한 못질로 쾅쾅 그리움을 결박할 수는 없다 / 언제라도 피곤한 몸 느슨히 풀어 다리 뻗을 수 있게 / -자나 +자로 따로 떨어져 / 스스로 바라보는 내일이 있기를 / 수없이 죄었다가 또 헤쳐 놓을 때 / 그때마다 제각기로 앉아 있는 그대들을 바라보며
// 몽키 스패너의 아름다운 이름으로 / 바이스플라이어의 꽉 다문 입술로 / 오밀조밀하게 도사린 내부를 더듬으며 / 세상은 반드시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 / 제나름으로 굳게 맞물려 돌고 있음을 본다 //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 우리의 건장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 절단하고 헤쳐 놓지 않으면 /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
- 연장론전문
 
그날 문청들이 뛰어가고 펄펄 날아다니던 푸르른 봄은 다 지나가고 이제 이순에 들어 귀도 순해지고 얼굴도 인자한 이웃집 할아버지가 되었다.
연장론이후 최영철 시인은 전업시인으로 부인 조명숙 소설가는 전업작가로 지금도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다. 두 부부가 닮은 모습으로 천상시인으로 소설가로 남다르게 글을 대하는 면에서도 글이라는 연장 하나는 녹슬지 않게 제대로 잘 챙기며 살아 왔다 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산문집 시로부터에는 올곧게 걸어온 시인의 길을 엿볼 수 있다. 1부는 시의 사부, 2부는 시의 무늬, 3부는 시인 산책으로 지난 삼십여 년 동안 써온 산문 중에서 시와 관련된 글들을 추리고 정리해서 묶었다.
 
편편이 주옥같은 산문집 시로부터2019.04, 최영철 시인은 내 생의 보람과 근심은 절반이 시로부터 왔다. 어지럽게 흩어진 글들을 가려내고 배열해서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라고 후기에서 말하고 있다.
 
어떻게 나 자신이라도 구제해 볼 요량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점 온 세계를 구제하려는 과대망상에 빠졌던 것. 잘해야 허무맹랑한 허무를 덮는 위안거리나 되었을 것. 그 바람에 유용한 것 다 놓쳐버린 것. 눈앞에 널린 수백의 유용을 자진 반납하고 단 하나의 무용을 거머쥔 것 더 잃을 것도 없는 적빈의 열매’ <-“시를 위한 변명부분> 라고 말한다.
 
최근 발표한 산문집에 앞서 지난 2018년 봄에는 시집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를 상재했다.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고봉준은 이렇게 말한다. “시인은 길을 나선다. 그의 발걸음의 성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발걸음이 외출인지 산책인지 또는 방황인지고민하면서 걸음을 옮긴다. 길에는 가로등이 없고 이정표가 없고 신호등도 없다. 고속철도가 지나가고 강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풀과 별이 주변을 둘러싼다. 하지만 시인의 발걸음은 결국 인간의 처소로 이어진다. 그의 발걸음은 결국 산책이 되고, 그는 이번 생에서는 별이 되지 않기로 작정했다. 고 고백한다. 최영철의 시는 이 가리키는 초월의 세계보다는 인간의 처소에 더 가깝다,”라고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되어 등단했다. 시집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외 다수, 육필 시선집 엉겅퀴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산문집 동백 꽃 붉고 시린 눈물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순섭 기자 : css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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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딛고 詩 쓰는 시인의 삶의 방식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부산일보

                                        
 

 

        
        

 

 

최영철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고 했다. 부산일보DB
 
    최영철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고 했다. 부산일보DB

최영철 시인은 1985년 겨울 아침, <한국일보> 하단에 적힌 ‘신춘문예 내일 마감’이란 광고를 보게 된다. 10년 동안 신문사에 투고해 두어 번 최종심에 올랐지만, 본인 재능은 거기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은 그 광고를 보고 “그만 적당히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향해 날아든 느닷없는 돌팔매질”이었다고 회고한다. 단칸방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고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넘기고 있었고 변변한 직업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간, 시인은 자신에게 닥쳐온 절망으로 시를 썼다.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해 크리스마스 즈음, 그는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었다.

 

최영철 시인, 산문집 ‘시로부터’ 

시와 시인·시 쓰기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쓴 깊이 있는 글들 

명쾌한 정의·주옥같은 문장 눈길 

 

이후 시인은 문명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생명을 보듬는 시인이 됐다. 2015년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로 부산 대표 도서를 선정하는 ‘원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 시인은 최근 펴낸 산문집 <시로부터>(사진·산지니)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게 온 모든 절망들에게 감사한다. 나는 나의 절망들에게 빚지고 있다. 그 겨울의 절망이 나를 두드려 깨우지 않았다면, 그 겨울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나를 들쑤셔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만 중도에 시의 손을 놓아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시로부터>는 30여년 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와 시인, 시 쓰기, 시의 유용함과 무용함,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 등에 대해 가감 없이 써 내려간 책이다. 시인이 30여 년 동안 썼던 산문 중에서 시와 관련된 글을 추리고 정리해 묶었다. 시인은 “시가 나의 오른팔이었다면 이 산문들은 나의 왼팔이었다. 독자들이 시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시인들은 자기 시에 자의식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펴냈다”고 했다.

시인은 “시의 재료를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찾았다”고 한다. 일상에 상처받고 일상에 배신당하고 일상에 걷어차여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관리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 여겼다. 

책에는 시와 시인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린 주옥같은 문장들이 즐비하다. 먼저 시인에 대한 정의. ‘시인이 원하는 것은 완전한 사랑이 아니다. 시인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것은 궁합이 잘 맞는 천생연분의 세계가 아니라 서로 어긋나서 삐걱거리는 불화의 세계다. 그 어긋나고 삐걱거리는 세계를 해체하고 조립하고 중재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존재가 시인이다.’ 

시의 세계에 대한 정의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가 추구하는 세계는 본래 크고 높고 화려하고 빠르고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들을 피해 그것들을 물리치며, 그것들을 넘어서는 세계였다. 작고 적고 낮은 것의 가치, 약하고 여리고 조용하고 느린 것의 미덕을 발견하며 함께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꿈꾸었다.’ 

시인으로서의 의지를 다짐하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시인에게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관계를 역전시키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산적한 문제들에 감응하고 인지하는 능력과,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자구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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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부터 최영철 지음
2019년 05월 17일(금) 00:00
 
  
 
10년 동안 투고한 신춘문예. 서른이 넘어가도록 변변한 직업도 없이 단칸방에서 가난하고 고단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절망을 담은 시를 썼고,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 해 비로소 당선 소식을 들었다. 지난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최영철 시인의 회고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시인으로 활동해 온 그가 시와 시인, 시 쓰기와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 등 시론(詩論)을 담아 산문집 ‘시로부터’를 펴냈다.

저자는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시의 재료를 찾았다고 전하며 이를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는 게 시인의 책무라고 주장한다. ‘열혈하지 않으면 시인이 될 수 없다’는 지론을 펼치며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해 탐구하고, 시인의 의무를 고심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가 가진 희망을 나눠주고자 한다.

  
1부와 2부에서 고통과 절망을 시의 바탕으로 활용하는 자세를 돌아보고, 시인에 대한 통찰과 함께 과잉과 포만을 경계하며 도시 문명의 피로와 시의 유용함·쓸모없음 등을 살펴본다. 3부에는 유치환, 백석 등 시인을 찾아 떠난 문학 기행의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등의 시집을 발간해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는 지난 2015년 시민 투표로 부산 대표도서 ‘원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등을 펴냈다. <산지니·1만4000원>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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