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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난 집새에게
최영철
빈 새장이 노래하네
집새 날아가버린 그루터기
둥우리만 남아 노래하네
새가 없으면 새장으로
가슴이 없으면
싸늘한 등으로 노래할 수 있네
어슴푸레한 미명에 깃털 털어내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눈물샘 마르면 까칠한 정강이로
정강이 시리면
갈라진 발바닥으로 노래할 수 있네
새가 없으면 모이통이
모이통 비면
한 점 먹고 하늘 보던
물그릇이 노래하네
집새 떠난 새장이 노래하네
해질녘 뒷산까지 울려 퍼진
빈 둥우리의
모이통의
물그릇의 노래소리
집 떠나 길 잃은 집새들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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