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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면 왠지 잊었던 지난 시절의 사랑이 올 것 같고, 덮어 두었던 바랜 일기장을 다시 읽고 싶다. 파란 하늘과 한층 더 맑은 해운대의 바닷물처럼 마음도 맑아진다.

가을이 오는 신호와 떠나가는 여름의 끝자락은 연인의 아쉬운 눈빛을 닮았다.

멀리 범어사의 산자락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부산 시내를 돌아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계절, 부산은 안녕한가?

모처럼 부산 공연을 위해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예전의 기차들처럼 적당한 덜컹거림도 없다. 어찌 생각하면 매우 안락한 움직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아직 KTX의 매력은 속도를 제하고 나면 별다른 느낌을 얻을 수 없다.

기차에서 먹는 삶은 계란의 맛도 사이다의 맛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KTX는 작은 역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 새마을호가 그랬던 것처럼 바람을 일으키며 굉음만 남길 뿐이다. 빠르다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 부합하는 속도이다.

나는 그렇게 빠른 것들이 놓치고 가는 작은 역들이 보고 싶다.

역사 한쪽에 핀  꽃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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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큰 악보가 보입니다)

 


꽃 피는 거 / 꽃술 열리는 거 보인다 / 책가방 들고 봇짐지고 / 꽃가루 달려온다 / 꽃가루 달려와서 / 꽃향기 몰고 간다 / 바다로 가는 아이들 / 바다에서 오는 아이들 / 출렁 물결이 인다 / 꽃 핀다 또 꽃 핀다 / 저쯤에서 달려오는 이 / 한참 서서 기다린다 / 언제 또 보냐며 울먹이는 / 눈시울 닦아준다 / 이제 그만 출발이라고 등 떠밀어도 / 한 번 더 돌아보고 간다 / 그때 먼저 가 미안하다고 / 마주 손 흔들지 않아 미안하다고 / 꾸벅꾸벅 절하며 간다 / 가는 길 뒤춤으로 / 바다 가득 반짝이는 / 꽃씨 뿌리며 간다
 - 최영철 시 ‘송정역 무궁화’ 전문 -        

 


 작은 역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거기 한쪽에 핀 꽃의 이름을 부르는 무궁화호. 기차는 죽은 쇠뭉치가 아니고 살아있는 것이라고 덜컹거리는 무궁화호가 무궁화 꽃을 바라본다.

날마다 새로이 피고 지는 우리의 기억처럼 떠남과 만남의 노래를 부른다. 바다 가득 반짝이는 꽃씨를 뿌리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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