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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베트남
최영철
내 어눌한 시 창작 수업 듣는 베트남 학생 찌엥꾸억빠오
모국어 두고 남의 나라 시 떠듬떠듬 따라 읽는 응웬티반쭉
나는 너희 나라에 미안해 버스 내리면 바로 보이는 호프집
굿모닝 베트남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거기 앉아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밤 풍경을 그윽히
바라볼 수 없었다 안락의자에 앉아 담배를 꼬나물고
굿모닝 굿모닝 활기찬 아침을 노래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베트남 가는 군인들을 태극기로 보내며
부산항 중앙부두에서 열렬히 열렬히 진군가를 부르며
베트남에 상륙해 베트남을 짓밟았을지도 모르겠다
너희 나라 굿모닝 굿모닝을 박살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바다를 건너온 승전보에 환호성 지르며
폐허가 된 땅 위에 또 한 다발의 폭탄을 내리꽂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든 학점이라도 잘 주어야겠다고 작정하고 있는데
너희는 교실을 나가는 나를 따라나서며 자꾸자꾸 묻는구나
한국말이 어렵다고 한국이란 나라가 어렵다고 더듬거리며
미안하구나 찌엥꾸억빠오, 응웬티반쭉, 너희만 아니라
너희 이름 하나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나도 어렵구나
이제 그만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너희 모국어로 말하려무나
코리아가 그랬지 않느냐고 코리아가 그때 우리를 퍼붓지 않았느냐고
배고픈 입냄새가 풀풀 나는 찌엥꾸억빠오야
내 어릴 적 춘궁기처럼 야위고 자그마한 응웬티반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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